2023. 8. 25. 17:36ㆍArchitecture건축
동십자각과 트윈트리 타워는 묘한 이질적 대조를 이룬다.
어둠이 내린 매직아워 시간이 다가오자 그 대비는 한층 더 뚜렷해졌다..
빛은 시간의 흐름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겸손한 자세를 취한다.
서울 광화문의 역사적인 땅위에 외로이 섬으로 고립된
동십자각은 동생 서십자각이라도 있었으면 덜 외로웠겠지만, 이젠 홀로 남아
사방 도로로 맥이 끊어지고 경복궁을 지키는 망루의 역할도 담장이 분할되면서
사람들의 눈밖에서 벗어났다.
그곳에 그런 구조물이 서 있다는 존재 자체마저도
희미해져서 관심없는 사람들은 한옥 망루의 이름을 아는 것 이전에
부재의 망각속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현대 건축물인 트윈 트리 타워가 들어서면서 그 대비 속에서 오히려
무사 처럼 동십자각은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배경이 되어준 현대 건축물이 고맙기 까지 하다.
조선 시대라면 동일 패턴의 기와 속에 묻혀 있을 지도 모르나 트윈 트리 수평선의 띠
가 가지는 겹겹한 세월이 백그라운드가 됨으로써 그 실재가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고립된 동십자각을 사람들은 접근하기란 어렵다.
도로를 가로질러 다가갔다 하더라도 망루 위로 오를 재간이 없다. 계단이 없기 때문이다.
망루는 망루인데 오르지 못할 망루이니 도대체 가능과 역할을 상실하여
사람들 뇌리에서도 사라지고 다만 네이버나 다음 지도상에 표시될 뿐이니 이를 어찌할거나.
슬프도다.
이대로 버려두어서는 안되겠다.
일반인들이 오르내리며 역사를 발끝으로 피부로 느끼게 할 순 없는걸까.
우리는 왜 있는 역사도 활용하지 못하고 도심 한가운데 버려놓아야만 하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하듯 역사물을 버려야 되겠는가. 그냥 바라만 볼 게 아니라 체험하고
피부로 느껴야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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